경사도 다이어그램 — 대지분석에서 경사도를 어떻게 읽는가

2026-09-05 · sitedia 가이드

등고선은 「얼마나 높은가」를 말하고, 경사도는 「얼마나 가파른가」를 말합니다. 두 그림은 같은 표고 자료에서 나오지만 읽히는 방식이 다릅니다. 등고선이 촘촘한 곳이 급경사라는 건 알지만, 그걸 눈대중으로 읽게 두면 보는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 경사도 패널은 그 눈대중을 숫자 구간으로 바꿔 색면으로 칠한 것입니다.

이 글은 그 패널이 무엇을 계산하는지, 구간을 왜 그렇게 나눴는지, 그리고 인허가에서 쓰는 「평균경사도」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 이 도판의 숫자를 조례 문턱과 직접 대조하면 안 됩니다.

「경사」와 「경사도」는 다른 말이다

패널 이름을 처음엔 「경사」로 붙였다가 「경사도」로 고쳤습니다. 두 낱말은 뜻이 다릅니다.

쓰임
경사(傾斜)기울어져 있다는 상태·현상「경사가 급하다」 · 경사지 · 경사면
경사도(傾斜度)그 기울기를 잰 값「경사도 15°」 · 경사도 분석 · 경사도 기준

「-도(度)」가 붙으면 측정된 수치가 됩니다. 밀도·습도·정확도와 같은 조어입니다. 이 패널은 기울기를 5단계 구간으로 잘라 칠한 측정값이니 「경사도」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게 법령 용어입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의2 (개발행위허가기준)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개발행위를 하려는 토지의 경사도 및 임상(林相)」이라고 씁니다. 지자체 도시계획 조례도 「경사도·표고 기준」으로 씁니다. 도판에 그대로 인용해도 어긋나지 않는 말입니다.

무엇을 계산하나

지형(TERRAIN) 패널이 쓰는 것과 같은 표고 격자를 받아, 각 격자점에서 동서·남북 방향의 표고 차를 미분해 기울기를 구합니다. 표고 자료는 AWS Terrain Tiles(terrarium)이고, 대지 중심을 기준으로 한 상대 높이만 씁니다. 절대 표고를 쓰지 않는 이유는 데이터 출처 글에 따로 적었습니다.

구간은 한국판에서 도(°) 단위로 5·10·15·20°에서 끊습니다. 다섯 색면이 나옵니다.

구간읽는 법
5° 미만사실상 평지. 배치에 경사가 변수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5~10°완경사. 단차 처리나 필로티로 흡수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10~15°경사지. 배치와 진입 동선이 지형에 종속되기 시작합니다.
15~20°급경사. 옹벽·성토·절토가 계획의 전제가 됩니다.
20° 이상개발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지자체가 많은 구간입니다.

미국판은 같은 패널을 퍼센트 구배(5·10·15·25%)로 냅니다. 미국 실무가 구배를 퍼센트로 말하기 때문이고, 등고선을 m와 ft로 가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50m 평활 — 이 도판의 실효 해상도

처음 만든 결과는 표범 무늬였습니다. 명동처럼 확실한 평지가 평균 5°짜리 얼룩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원인은 표고 자료의 잡음입니다. 경사는 표고의 미분이라 표고에 있던 작은 잡음이 미분에서 그대로 증폭됩니다. 등고선을 그릴 때 쓰던 가벼운 평활(격자 1.5셀)은 등고선에는 충분했지만 미분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평활 폭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는 추측하지 않고 재봤습니다. 평지 세 곳과 산지 세 곳에서 평활 폭을 바꾸며 평균 경사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본 것입니다.

평활 폭명동여의도파주 운정남산북한산평창동
16m6.2°5.6°5.2°23.0°37.2°17.5°
52m (채택)2.5°2.5°2.6°20.2°33.5°12.6°
104m1.4°1.2°1.6°13.4°23.6°8.5°

50m 근처가 분기점입니다. 평지의 바닥 잡음은 절반 이하로 죽고, 산지의 경사는 살아남습니다. 100m로 넓히면 평지는 더 깨끗해지지만 북한산이 37°에서 24°로 내려앉습니다 — 있는 경사를 지우는 겁니다. 그래서 평활 폭을 50m로 고정했습니다.

한 가지 기술적인 결정을 적어둡니다. 평활 폭은 격자 셀 수가 아니라 미터로 고정했습니다. 분석 반경에 따라 격자 간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반경 300m에서 6.2m, 800m에서 16.7m). 셀 수로 고정하면 반경마다 평활의 뜻이 달라져 같은 대지가 반경만 바꿔도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서 이 도판의 실효 해상도는 50m입니다. 그보다 좁은 절개지·옹벽·도로 법면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판 캡션에 「50m 평활」이 늘 박혀 나가는 이유가 이겁니다. 이 문구가 없으면 없는 것을 「평평하다」로 읽게 됩니다.

도심 평지에서 튀는 값

표고 자료에는 도심 밀집지에서 인공 오류가 있습니다. 독립 소스와 무작위 20점씩 대조했을 때 명동은 중앙값 +10.1m(최대 +48m), 여의도는 +7.2m(최대 +54m)가 높게 나왔고, 여의도 한복판에 없는 120m 언덕이 찍히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고층 건물이 표고에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남산·북한산처럼 지형이 실제로 있는 곳은 믿을 만합니다.

50m 평활이 이 오류의 상당 부분을 눌러주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도심 평지에 갑자기 나타나는 급경사 얼룩은 지형이 아니라 자료 오류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세요. 위 표에서 명동·여의도가 2.5°로 나온 건 그 얼룩이 평활에 눌린 결과이고, 실제 평지는 그보다 낮습니다.

🔴 조례의 「평균경사도」와 이 도판은 다른 것이다

여러 지자체 도시계획 조례는 개발행위허가 기준으로 평균경사도 문턱을 둡니다. 예컨대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는 평균경사도 18도 이상인 토지의 개발행위를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습니다(시군마다 값이 다르니 해당 조례 원문을 확인하세요). 한국판 패널을 도(°) 단위로 만든 건 이 기준과 같은 단위로 읽히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단위라고 같은 값은 아닙니다. 조례의 「평균경사도」는 국토교통부령이 정한 방법으로 필지(또는 사업구역) 단위로 산정한 하나의 평균값 입니다. 이 패널은 지점마다의 경사도를 50m 평활로 칠한 분포입니다. 필지 안에 급경사 구역과 평탄 구역이 섞여 있으면 패널은 둘을 따로 보여주고, 조례는 하나의 평균을 봅니다.

그래서 이 패널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이렇습니다.

패널 안에 무엇이 있나

다섯 구간의 색면 위에 등고선을 얇게 얹습니다. 등고선이 없으면 경사도 색면만으로는 「어느 쪽이 높은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같은 15° 사면도 남향인지 북향인지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다릅니다. 색은 강조색을 고르면 램프의 명도·채도는 그대로 두고 색상만 따라갑니다. 단계가 뭉개지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향(aspect, 사면 방향) 패널은 아직 없습니다. 「남향 사면만 강조색」으로 한 장 더 낼 수 있는데, 패널 수를 늘릴지 정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경사지 대지에서 경사도 패널은 배치의 첫 단추입니다. 진입 도로가 대지의 어느 변에 붙는지, 그 변의 경사가 몇 도인지가 지하 주차 램프의 위치와 길이를 결정하고, 대지 안의 급경사 구역이 어디인지가 건물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결정합니다. 그 판단을 등고선 간격을 눈으로 재면서 하지 말고, 이 도판에서 색면으로 읽고 나서 등고선으로 방향을 확인하는 순서가 편합니다.

한 대지에서 일조시간과 겹쳐 보면 더 좋습니다. 남향 사면은 그늘이 짧고 북향 사면은 길어서, 두 도판이 서로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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